매년 폭우를 동반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서 낮에는 무덥고 습해 끈적끈적하게 느껴지는 높은 불쾌지수가 기록되고, 밤에는 후텁지근해 잠못 이루는 열대야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금년여름은 10년만의 최대 무더위가 찾아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사람들은 무더위를 피해 앞다투어 바다와 산으로 속속 피서를 떠난다.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물에 들어가고, 바람을 맞는 그 시원한 맛을 보기 위해….
서울대공원에서는 바쁜 직장인들과 어려운 경제난으로 인해 멀리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웰빙가족들을 위해 야간에도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개장키로 했다.
동물들 역시 최고의 피서도구는 물
청계산 상류에서 흘러내리는 시원한 자연수로 샤워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동물이 있다.
지난 84년 창경원에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이사온 코끼리부부 칸토와 키마를 비롯해 모든 코끼리들은 두 귀를 펄럭여 부채질을 하며 열을 발산하거나 흙을 등에 뿌려 직사광선을 피하거나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들 코끼리들은 사육사들로부터 샤워서비스를 받는다. 물을 뿌려 주면 육중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방향을 바꾸고 입을 벌여 상당량의 물을 그대로 마셔 버린다.
유인원들은 사람을 닮아서일까 피서법이 사람과 비슷하다.
서울대공원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로랜드고릴라. 이들은 무더운 폭염이 쏟아지면 사육사가 건네준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오렌지쥬스 등을 받아 들고 물가로 가 발을 담근 채 먹고 마신다. 이들은 구경나온 관람객들에게 팬서비스 차원에서 가끔 관람객들에게 물을 뿌리는 장난도 친다. 그때마다 관람객들은 기겁을 하며 도망을 친다. 재미가 들린 고릴라들은 쉼없는 장난기가 발동한다. 어린 오랑우탄 보배는 어려서부터 사육사의 품에서 자라 온 탓인지 사람을 잘 따른다. 사육사 이길웅씨는 날씨가 더워지면 일치감치 보배를 끌어안고 관람객 속으로 들어간다.
보배동생 ‘보미’는 열대야가 심한 매일밤 8시가 되면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 틈으로 아이스크림 습격을 나선다.
그러나 보미를 발견한 관람객들은 너나 할 것없이 아이스크림을 사서 보미에게 선물한다. 습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보미와 관람객들은 하나가 되어 함께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여름을 보낸다.
무더위가 가장 지겨울 듯한 동물은 단연 북극곰.
서해에서 길어온 바닷물의 온도를 섭씨 24도로 낮춰 오전과 오후 두차례 공급해 주지만 헉헉대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사육사들은 몸채만한 얼음덩어리를 구해와 가끔 넣어주기도 한다. 북극곰은 물속에서 이 얼음덩어리를 안고 놓지를 않는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관람객들의 카메라 후레쉬는 쉴줄 모르고 터지기 시작한다.
물개, 돌고래 등도 하루 종일 물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코뿔소의 피서법은 색다르다.
이들은 빗질로서 더위를 잊는다. 사육사들은 한창 더울 때 까칠까칠한 브러쉬로 빗질을 해 준다. 마리당 10여분씩 빗질 서비스가 제공되면 아기코뿔소 코돌이도 앙징스런 모습으로 달려와 자기도 해달라고 투정을 부린다. 사육사들에 따르면 코뿔소들은 이 시간을 가장 기다린다고 한다.
호랑이의 식사시간 사육사와의 재미난 야구놀이
호랑이와 사자는 별다른 피서법이 없다.
샤워를 마치고 오후 3시가 되면 사육사가 던져주는 먹이주기(쇠고기, 닭고기) 행사는 서울대공원 최고의 볼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대공원의 여름은 생각만 해도 싱그러움을 느끼게 한다.
서울대공원에서는 8월말까지 야간개장을 하기로 하고 매일밤 돌고래 · 물개쇼(밤 7시30분)를 비롯해 아기오랑우탄 보미와 여름나기(밤 8시), 홍학쇼(밤 9시)를 실시키로 했다. 아울러 호랑이, 기린사 등지에는 야간투시경을 설치하여 캄캄한 밤의 야생동물들도 대낮처럼 관찰 하도록 했다.
서울대공원의 밤은 화려한 동물원의 야경은 수도권 근교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