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사가 들려주는 추억 속 동물이야기
북극곰 '민국이'
목소리: 사육사 선주동
안녕하세요. 서울대공원 사육사 선주동입니다.
저희 서울대공원에 북극곰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북극곰을 기억하신다면 아마도 지금은 자녀를 데리고 대공원을 찾으시거나 성인이 되어 데이트로 오시는 분들이시겠군요.
민국이는 우리 서울대공원에서 지낸 마지막 북극곰이었습니다. 남편인 대한이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원래도 고령이었던 민국이는 거의 먹지도 움직이지도 않아서 저희 사육사들의 걱정이 정말 많았습니다. 의료진들이 투입되어서 하루도 빠짐없이 영양제를 투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국이를 위한 닭고기, 사과, 돼지비계 등 건강 특별 식단을 제공해 봐도 먹는 것이 늘지 않았죠. 사실 민국이는 이미 29살로 북극곰 평균수명이 20년 정도임을 생각하면 100세의 노령 할머니였어요. 그래도 저희는 민국이를 조금이라도 더 건강히 지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거위 한 쌍을 민국이와 함께 지내게 해주었는데 민국이가 거위 부부에 관심을 보이더니 전보다 움직임이 많아졌고 식성도 좋아졌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이 모습이 남편을 사별하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던 민국이가 삶의 불꽃을 가장 활발히 빛냈던 모습입니다.
이 아름다운 정원을 찾아주신 여러분께서도 마지막까지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힘을 내준 민국이와 그 곁을 지켜 준 거위 부부를 기억하고 추억해 주세요.
민국아! 하늘에서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지?
경기도 과천시 대공원광장로 102(막계동) 서울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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